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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jikke
전통 융복합 공연 콘텐츠 <신지께: 한강에 사는 사람들> 프로토타입

신지께: 한강에 사는 사람들은 2025 합톤(HABTHON)에서 팀 가상낙원으로 제작한 전통 융복합 공연 프로토타입입니다. 저는 팀장과 기술자로 참여했고, 프로젝트는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인어 설화인 신지께를 모티프로 삼았습니다. 서양의 세이렌이 사람을 유혹해 빠뜨리는 존재라면, 신지께는 길을 잃은 사람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존재에 가깝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작업은 인어를 신비로운 타자로만 보여주기보다, 지친 현대인이 다시 살아갈 방향을 찾는 이야기로 풀어가고자 했습니다.
공연과 기술 사이
이 프로젝트에서 처음 구상했던 기술은 꽤 많았습니다. 게임엔진 기반의 장면 설계, 생성형 AI 시각 요소, LED 월 출력, XR 스테이지, 그리고 무용수의 실루엣을 따라가는 동적 프로젝션 마스킹까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짧은 MVP 제작 과정에서는 모든 것을 다 넣을 수 없었습니다. 공연 시간은 제한되어 있었고, 공간도 협소했습니다. 특히 프로젝션 마스킹은 무용수뿐 아니라 관객까지 인식되는 문제가 있었고, XR 스테이지 역시 현장에서 관객이 그 차이를 충분히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일부 기술은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얼마나 많은 기술을 넣었는가”가 아니라, 무용수와 음악, 장면의 흐름이 관객에게 먼저 보이는가였습니다.
기술 감독으로서의 판단
저의 역할은 기술을 많이 제안하는 것보다, 실제 MVP 안에서 구현 가능한 범위를 판단하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정가, 무용, 작곡, 영상, 게임엔진, 생성형 AI가 한 작업 안에 들어오면 각 분야의 언어가 다릅니다. 누군가는 장면의 정서를 말하고, 누군가는 움직임의 타이밍을 말하고, 누군가는 출력 장비와 렌더링 조건을 말합니다.
저는 이 사이에서 기술적 가능성과 공연의 흐름을 맞춰야 했습니다. 어떤 장면은 게임엔진으로 시각화하고, 어떤 요소는 생성형 AI로 밀도를 보강하고, 어떤 연출은 현장 조건상 과감히 줄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술이 앞에 나서기보다, 공연의 감각을 받쳐주는 쪽이 더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상낙원
가상낙원은 전통예술과 현대 기술의 역할을 묻기 위해 모인 팀입니다. 신지께에서는 정가, 무용, 작곡, 기술이 각자 따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장면 안에서 함께 작동하기를 원했습니다.
합톤에서의 결과는 최우수상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더 크게 남은 것은 기술을 포기하는 판단이었습니다. 기술을 덜 쓰는 것이 소극적인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짧은 시간 안에서 관객이 무엇을 먼저 봐야 하는지 정하는 일이었고, 그 판단이 공연형 기술 작업에서는 특히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신지께는 저에게 기술자가 무대 위에서 어디까지 나서야 하고, 어디서 물러나야 하는지를 처음으로 크게 생각하게 한 프로젝트였습니다.